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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6
[하노이 여행] 베트남에서 1000원으로 할수있는것은?
동남아 > 인도차이나반도
2014-07-24~2014-08-05
자유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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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mine

 

 

 

 호텔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에어컨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어디선가 연꽃향기도 은은히 풍겨오는게 열반의 길에 접어든줄알았다. 아아, 득도하는 기분이 이런건가보다. 찌는듯한 더위도, 어깨가 무너져내릴것같은 배낭의 무게도, 팔 빠지게 끌고온 덜덜거리는 캐리어의 무게도 순식간에 싹 사라지는것같이 정신이 아득해진다. 베트남이 다 뭐야, 여기 바닥에 누워만있어도 좋을것같아.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갔는데, 방이 길다. 베트남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집을 좁고 길게 짓는다고 하던데, 정말로 방 한칸너비+복도가 건물너비다. 모든 숙소가 다 이렇다기보다, 이곳만 좀 특이하다 싶을 정도로 길다. 다른 곳은 일반적인 방의 모습이었으니까.

 

 호텔 직원에게 받은 카드번호를 보며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내 침대를 찾았다. 도미토리에서 내 침대를 찾는건, 딱히 원하는 자리가 있지 않더라도 묘하게 설레는 기분이다. 창가쪽일까, 벽쪽일까. 나랑 같은 침대를 쓰는사람은 있을까, 어디에서 온 누구일까. 내 침대 옆에는 콘센트가 있을까, 없을까. 내 침대는 2층. 1층을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지만 살짝 실망스럽다. 한번도 2층을 써본적이 없어서 끙끙거리며 무거운 몸을 끌고 올라갔는데, 에어컨 바로 앞자리라 시원하긴 했지만 한번 올라오니 다시 내려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이거 높이가 은근 높구만. 다른 침대를 둘러보니 이미 아래층은 다 찬것같아 그냥 써야지, 했는데 화장실 가려고 내려오다가 사다리 계단 사이가 넓어서 한번 미끄러질뻔하고는 침대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로비에 내려가 1층으로 바꿔줄수 없냐고 물어보니, 침대 아직 안썼냐길래 노노노노 안썼다고 하니 흔쾌히 바꿔준다. 그래서 7층에서 6층으로 내려가니, 나 포함 두명밖에 없는것같아 아싸라비야 했는데 저녁되니까 알아서 다 차더라.

 

 골드코스트에서 비행기 탈때부터 먹은게 초코파이 두개가 전부인지라, 뭐라도 먹어야 할것같아 짐을 대충 풀어두고는 밖으로 나왔다. 호텔 문을 밀고 나오자마자 찜통같은 더위가 훅 끼쳐온다. 아 진짜 배가 조금만 덜 고팠어도 내가 그냥 호텔에 있는건데......더워서 죽는사람보다는 굶어죽는 사람이 더 많으니 밥을 우선 챙겨먹어야겠다.

 

 오늘의 반나절 미션은 농(베트남전통모자) 사기, 골목 돌아다니기, 쏘이옌가보기. 4년 전 파리에서의 살인적인 하루 스케쥴을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이지 방바닥에 누워 뒹굴기와 다름없는 스케쥴이다. 여유가 생긴건지, 늙은건지 모르겠다. 베트남과 파리의 차이라고 믿고싶다. 내가 게을러진게 아니라니까.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어떤 할머니가 농을 사란다. 안그래도 이 햇빛 아래에서 돌아다니기 싫어 얼마냐고 물어보니까 3달러를 외치신다. 내가 오늘 여기 처음와서 물가는 모르지만 3달러는 아닌것같아요 할머니 :-) 쏘리, 하고는 손을 짤짤 흔들고 돌아서니 2달러를 부르시며 모자를 씌워주고는 끈을 예쁘게 묶어주신다. 과하진 않지만 좀 아쉬운데? 또다시 쏘리, 하면서 모자를 벗으려고 하니 오케이오케이, 3만동이라고 하신다. 만동이 오백원이니까 3만동이면 천오백원. 원래 부르는 가격에서 절반을 후려치면 대충 맞는다길래, 이정도에서 사도 괜찮을듯싶어 콜 했는데, 큰돈밖에 없는거다.

 

 

 큰 돈을 주면 거스름돈을 받지 못할 확률이 99%일것같아 잔돈을 긁고 긁었는데 이만오천동이 나온다. 할머니 이것밖에 없어요 미안해요, 하니까 오천동 더 달라고 하시는데...........할머니 잔돈이 없다니까요......

 

 작은돈이 없다고 몇번이나 설명하고는, 대신 달러로 드린다고 이만동 대신 1달러를 드리려는데, 1달러 받고 2만동도 안주시려고 한다. 나는 나대로 짜증이 나서 안산다고 모자를 벗고,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짜증이 나서 천동만 더 달라고 하시고, 아니 지금 만동짜리도 없는데 천동이 어디있겠어요......1달러가 이만동이 조금 넘으니까 괜찮은거라니까요?

 

 이 실갱이를 구경만 하고 있던 옆 가게 아줌마에 돈좀 바꿔줄수 있냐고 물어보니 돈도 안바꿔준다길래, 아 그럼 지금 이 상황을 설명이라도 해달라고 했더니 뭐라뭐라 말을 하고는 그냥 가라고 손을 훠이훠이.

 

 

 할머니는 가게 아줌마에게 뭐라뭐라뭐라 짜증을 내고있는중.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분명 아니 3달러짜리를 3만동으로 깎아줬는데 5천동 덜줘놓고 돈 없다고 하잖어 저 말만한 처자가 이러셨을거다. 내 상황을 분명히 설명해준거 맞냐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봤지만, 영어를 잘 못하기는 마찬가지. 어쩔수 없이 돌아서는 등이 따끔따끔하다.

 

 

 

 그렇게 등이 덜 따가워질때까지 무작정 걸었는데,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호텔에서 지도 한장도 받아오지 않았구나. 아아, 어디로 가지.

 

 

 

 

 

 

 

 

 

 

 

 

 

 

 

  

 <이 소이엔이 그 소이엔이 맞다. 밥을 고르고, 그 위에 얹을 재료를 고르면 된다.>

 

 

 

 

 

 그렇게 정처없이 떠돌다가, 정말 우연치 않게 소이엔을 발견했다. 분명 인터넷에서 봤던 후기에는 파란색 간판이었던것같아 벌꿀무늬의 간판이 못미더웠지만, 이름이 같으니 그냥 믿어보기로. 안믿으면 어쩔거야, 다른 방법이 없다.

 

 1층에는 오픈형주방과 주방아주머니, 종업원들밖에 없는것같아 머뭇거리고 있으려니 위로 올라가라는 손짓을 하신다. 역시 오픈형으로 되있는 2층에 홀로 목욕탕의자에 앉으니 따라 올라온 남자종업원이 낡아 색이 바란 선풍기를 내쪽으로 돌려줬다. 그리고는 메뉴판을 주고 옆에 앉는다. 응?

 

 다시 올라가기 귀찮으니까 주문할때까지 옆에서 기다리려나보다. 대충 눈치로 주문을 하고, 뭐라고 물어보는데 한참을 못알아듣다가, 드링크? 였다는걸 깨닫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베트남에서는 이런데서 주는 얼음 먹으면 배탈난다고 그랬단말이야.(카페에서)

 

 매미 우는 소리만 오토바이소리가 대신할뿐, 푹푹 찌는 더위가 옛날 언제쯤인가 한국에서 겪었던 더위와 비슷하다. 호주에서의 여름은 건조해서 그늘만 들어가도 시원했는데, 아니 그것보다 어떤 가게를 들어가도 에어컨이 빵빵했는데, 이렇게 오픈형 가게라니. 낡은 선풍기가 달달거리며 돌아가지만 공기 자체가 더운데 거기에 바람 불어봤자 더운 바람만 몰려온다. 트나 마나....

 

 줄기로 흐르는 땀을 느끼며 인도와 차도 가릴것 없이 점령하고 있는 오토바이들을 보고 있자니, 여기가 베트남이 맞구나 싶기도 하고 나는 도대체 지금 여기서 무얼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온지 반나절만에.

 

 

 

 

 



  

 

 

 

 종업원이 가져온 밥그릇을 가져와 내 앞에 놓았다. 옥수수섞인 찰밥에 작은 튀김가루(마늘튀긴것)를 얹고 스팸같은 고기가 덩그러니. 날이 너무 더워 입맛이 없었지만, 살려고 먹는다는 심정으로 퍼먹기 시작했는데.......정말 살려고 먹게 되네. 이게 왜 그렇게 맛있다는건지 사실 이해를 할수가 없어......뭐 개인의 취향은 존중해줘야하니까. 

 찰밥의 꾸덕함에 목이 메어 시원한 콜라라도 한잔 시킬까 했지만, 길 건너편에 괜찮은 카페가 보이길래 저기서 시원한 커피를 마시겠다 다짐을 하며 생선 매달아두고 한번씩 쳐다보며 밥먹는 자린고비 심정으로 묵묵히 퍼먹었다.

 

 스팸 비슷한 고기를 야금야금 다 먹고 나니 밥이 좀 남았지만 과감하게 포기. 다음에 또 올일이 있을까는 모르겠지만 오게되면 토핑을 두개 시켜야지. 28000동일줄 알았는데 계산서에는 21000동이 적혀있다. 왜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적게나온 계산서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는 가난한 여행자이므로 군소리없이 21000동을 내고 가게를 나섰다. 21000동이면 약 천원정도. 이정도 가격이면 용서할 수 있는 맛과 양이다.

 

 

 

 

 <양은 그닥 많지 않아요. 토핑 빼고 밥이 주먹만큼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됨. ..........원래 밥은 주먹만큼 먹나요?....>

 

 

 

 

 




<길건너 보이던 카페>

 

 

 

 

 



 

 

 

 

 

 

 

 

 

 

 ​베트남 커피 체인점, 커피콩. 커피빈처럼 저 콩이 그 콩일리는 설마 없겠지만(......), 이름이 귀엽다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콩이라는 말이 공산당이라는 뜻이란다. 그래서 베트남 전쟁때 베트콩이라고 불렀었군. 마치 우리나라 인사동의 복고풍 카페를 떠올리게 하는 인테리어인데, 공산당이라면 학을 떼는(.....) 우리나라사람들에 비해 아직도 공산주의국가이고, 공산당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베트남에서는 이 콩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우리나라에서의 복고와 비슷한가보다. 화려한 꽃무늬 방석과 아기자기한 베트남사이즈의 탁자들에 시선이 뺏겼다가 나중에야 눈에 들어온 액자들에는, 정말 공산당을 연상케 하는 사진과 포스터들이 가득.

 

 역사에 길이 남을 공산당과의 치열한 전투 끝에 분단을 감수하고서라도 공산주의는 거부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여기에 앉아있어도 되나 싶은 알수 없는 죄책감까지 밀려온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치고 살해당한 이승복 어린이가 생각나네......(이승복군의 아버지가 한달 전, 8월 29일에 돌아가셨다고 하네요. 한참 먼 옛날 일인줄 알았는데, 새삼 6.25 전쟁 이후 겨우 반백년이 조금 넘은 시점이라는게 와닿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린 자식들 앞세우시고 얼마나 힘든 세월을 보내셨겠어요....)

 

 

 

 

 

 

 

 너무 멀리 갔다. 다시 카페로 돌아와서, 2층의 에어컨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좀 살것같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빵빵한 에어컨은 아니지만, 그래도 날개가 아래로 향할때마다 나오는 찬바람이 천국의 날개같다.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앳되보이는 종업원이 메뉴판을 내밀었다. 아, 맙소사. 메뉴판도 너무 예쁘잖아. 손으로 쓴 글씨인가 했는데, 다른 메뉴판도 똑같은걸 보니 (심지어 삐져나간 글씨까지도) 그건 아닌것같고....가격까지 안보이게 종이 테두리를 둘러붙인 것이 아무리봐도 손글씨같아 손으로 살살 만져봤는데, 잉크가 스며들었다기보다는 또 인쇄된것같은 느낌이다. 누구 저 메뉴판의 비밀을 아시는분?....

 

 

 

 

 

 


  

    

 

 

 

 

 

 

 베트남 커피가 유명하다는것만 알았지 베트남카페 초보인지라, 라떼를 열심히 찾아봤는데 아무리봐도 없는거다. 커피메뉴인데 왠 요거트에 찰밥에....다른 페이지에는 과일스무디,기타 음료들만 보인다.마침 주문받으러 온 종업원에게 라떼같은게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못알아듣는다.

 라떼~ latte~ 커피에 우유넣은거! 하니까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블랙커피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아니아니, 아메리카노 말고 라떼~ 커피! 밀크! 하니까 이번에는 fresh milk를 손가락으로 짚는다. 아니, 우유 말고 커피에 우유넣은거 말이야....나는 카페에서 우유, 물, 콜라, 이런거 사먹는 사람이 제일 싫어.......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엥간히 큰 커피숍이 아니고서야 커피에 나름 자부심 있는 나라, 혹은 커피따위 관심 없는 나라에서 카페라떼를 찾는다는건 상당히 병진같은 짓이라는걸 깨닫게 되었다. 나는 라떼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커피종류인줄알았지. 스벅의 폐해라니까.

 

 종업원 세명이 번갈아서 의논을 했음에도 이 손님이 원하는 라떼라는것이 무엇인고 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아 메뉴판을 다시 보니 black coffee with condensed milk가 있길래, 베트남커피는 연유를 타서 준다는데 이게 그건가 싶어 에라 모르겠다 주문. 얼음이 동동 뜬 달달하고 시원한 라떼를 마시고 싶었지만, 어쩔수 없지 베트남 커피라도 마셔보자. 힘든 고객이 드디어 주문을 하자, 세명이 모두 기뻐한다.

 

 

 

 

그리고 잠시 후 종업원이 가져다준 베트남 커피는? 

  

 

 

 

 

 

  

 

 

 

 

 

 종업원이 내려놓고 간 유리잔에는 반은 하얀색, 반은 까만색 액체가 담겨있었다.

거 참 보기만 해도 쓰고 달아보이는구나 해서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 한스푼 답싹 먹어보니

 

 

헐 이거슨 신세계

 

 

 

완전 찐한 코코아+커피의 느낌이다. 연유가 진짜 달구나. 씁쓰레하고 달달을 넘어 덜덜한 맛이라니. 처음먹어보는 맛에 신기해서 숟가락으로 홀짝홀짝 쉴새없이 떠먹다가 너무 달아 목이 텁텁해져 얼음도 몇덩이 투척. 아, 요고 은근 땡기는 맛이다.

 

 

 



<창문 너머로 본 소이옌. 아직은 종업원이 손님보다 많다.>

 

 

 

 

 

 

 

 


 

 

 그리고 커피 한잔만 먹기에는 왠지 아쉬워서(배가 고파서....), 빵과 연유 세트를 시켰다. 아, condensed milk와 사랑에 빠질것같다. 저게 진짜 간단해보이는데, 베트남도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곳이라 빵도 맛있어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랑한 바케트를 찢어 연유에 쿡 찍어 먹으면 진짜 맛있다. 맛있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어!

 

그리고 베트남커피와 함께 먹으면

 

 

체지방이 1키로 증가했습니다

숨쉬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날이 더 더워집니다

 

 

 

 

베트남커피=35000동(약1700원)

빵+연유=15000동(약700원)

 

 

거기다 가격까지 착해요.

 

 

 

그렇게 돼지로 가는 길을 걸으며 퍼질러 앉아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있으려니, 아까부터 근처를 서성이던 누군가가 내 앞에 앉는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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