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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토리
2015-07-27
[호치민 여행] 전쟁은 놀이가 될 수 없어요
동남아 > 인도차이나반도
2014-07-24~2014-08-05
자유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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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mine

 







 그새 땀이 많이 나서 씻고 나갈까 했지만, 어짜피 또 땀날거 씻어서 무엇하겠냐는 생각에 숙소를 나섰다. 어짜피 배고플거 왜 밥먹느냐는 엄마 말씀이 저 멀리서 들리는것같다. 먹은 밥을 에너지로 바꿔 움직이는거니 비교대상이 틀렸다는 말따위 해봤자 그만큼 가르쳐놨더니 배웠다고 고작 하는게 말대답이냐는 말을 들을게 뻔해 그냥 아무말도 안하고 나서는걸로. 세상의 진리가 무엇이든 엄마가 무조건 옳다!



  가는 길에 한식집에서 런치가격 8만동인것을 보고 혹했으나 투어예약한걸 생각하면 예산초과될게 뻔해 애써 지나쳤다. 런치면 분명 뭔가는 허접하게 나올텐데, 그돈으로 제가격 주고 빵이나 사먹을란다. 킵고잉 킵고잉 하다가 뚜레쥬르를 발견했다. 이역만리에서 김수현을 만나니 왜이렇게 반갑니. 친구만난것처럼 좋다고 팔짝팔짝 뛰었다. 카페를 겸하고 있는 내부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였는데, 딱히 땡기는 빵이 없어(=예산에 맞는 빵이 없어) 도로 나오고 말았다. 가면서 뭐든 사먹겠지 했는데 결국 쫄쫄 굶고 박물관 가는구나....








<박물관 가는 길에 있던, 깔끔한 공원>








<점심시간 피해서 가세요!>















 한 25분쯤 걸어 전쟁박물관에 도착했다. 언제 알리바바가 내 가방을 채갈지 몰라 넓찍한 길 안쪽에서 가방을 반으로 접어 손에 꽉 쥐고 걸으면서도 혹시 오토바이가 인도에서도 튀어나올까봐 신경을 바짝 세우고 걷느라 신경줄이 닳는줄알았다. 필라멘트같은 내 신경줄. 흑흑



 안그래도 우울한곳을 가는데 날씨마저 을씨년스럽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것같은 누렇고 어두운 하늘빛에 바람마저 스산하게 불었다. 습기를 머금은 눅눅한 바람에 길다랗게 내려온 나뭇잎들이 스스스스-하며 부대끼는 날씨는 외로움을 잘 타는 나에게 치명적이다. 특히나 바람에 예민해서, 느낌이 좋지 않은 바람이 부는 날은 외출이고 뭐고 얼른 집에 돌아와 내 공간에 콕 처박혀 있곤 했다. 이런 날은 집에서 보송한 이불 둘러매고 따뜻한 핫초코같은거 마시면서 나에게 아주 익숙한 무언가를 하며 나는 혼자가 아님을 되새겨줘야 하는건데. 현실은 전쟁의 참사를 전시해놓은 전쟁박물관 앞이다.   








 




 전쟁박물관에는 전쟁의 폐해뿐만 아니라 당시 사용했던 무기들과 군용제품들 또한 전시해놓았다. 때문에 어떤 후기들에서는 밀덕들(밀리터리덕후)이 좋아할만한 곳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글쎄. 밀리터리덕후라는 말부터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라 상당히 거부감이 들었다. 밀리터리덕후들이 좋아하는 것들은 총,칼,전투기,해군 함선 등이다. 이 물건들이 존재 목적은? 당연히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지. 남들 보기 간지나게는 아니잖아? 물론 밀덕들이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저것들을 좋아한다는건 아니지만, 왜 저런 우울한 목적의 물건들이 멋있게 포장되어있냐는 말이다. 물리칠 무언가가 없다면 그것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까? 물리칠 것들이 외계인이나 산에서 만난 곰은 아닐거고, 결국 사람이잖아.

 


 으레 남자아이들은 장난감을 집을때 인형보다는 총칼을 집어드는게 남자다운거라고 말한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로봇이나 자동차, 스포츠용품 등 다양한 남성다움의 상징물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기는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자아이는 전쟁놀이를 좋아한다는걸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심지어 그걸 당연하게 여겼다. 그들이 말하는 전쟁놀이라는게, 우주괴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전쟁인걸까.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전쟁이다.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전제가 깔린 전쟁을, 그리고 전쟁도구들을 어떻게 놀이혹은 취미로 승화시킬 수 있는건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남자들은 누구나 밀리터리라는 것에 로망 비슷한게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빗발치는 총알 속을 뚫고나가 적군을 모조리 물리치고 영웅이 된다거나, 기가 막힌 전술을 써서 어떤 것을 점령한다는 것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다들 군대라면 치를 떨면서도 카운트 스트라이크나 스페셜 포스같은 게임이 인기가 많은거다. 스타크래프트도 비슷한 맥락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건데, 그건 외계종족과의 싸움이 메인이었으니 그것까진 내가 따질게 아니고.(세계평화도 어려운데 우주평화까지...)  


 나도 게임이라면 사족을 못쓰는데, 하도 남자애들이 같이 하자고 하길래 몇번 해봤다가, 헤드샷, 혹은 수류탄으로 한꺼번에 다 없애 등의 말을 아무생각없이 말하고 듣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흠칫해서 그만뒀다. 팔다리에 총을 쏘는 것보다 머리에 총을 겨눠서 한번에 죽이는게 제일 높은 점수를 얻는다니. 총을 겨눈 사람들은 어떻게든 머리를 노리려고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고 신중하게 조준한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 총알이 떨어지면 칼로 바꿔서 직접 찔러서라도 죽여야한다는 것도, 끔찍하기 그지없다. 나이든 사람이 그걸 하고 있는 것도 싫은데, 어린애들이 그걸 하고 있는 꼴은 더더욱 보기 싫다.

 

 차라리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괴물을 죽이는거라면 모를까. 왜 하필 사람이야. 그리고 도대체 PK(Player Killing)는 왜 만드는건데. 즐겨 하던 게임에 PK시스템이 도입되자 유저들이 마을이고 사냥터고 패를 지어 마음에 안드는 유저들을 죽이고 다니거나 고렙이 저렙을 심심풀이로 죽이고 다니길래, 그 꼴이 보기 싫어 게임을 접었던 적이 있다. 이제 게임 내에서 사람이 사람 죽이는건 아무렇지도 않다니까들?



 언젠가 북한과의 전쟁얘기가 불거졌을때, 아주 댓글들이 가관도 아니었다. 요즘 애들은 하도 사람 죽이는 게임을 많이 해서 죽었다가 다시하기 버튼을 누르거나 부활물약이라도 삼키면 다시 살아나는줄 안다는 얘기가 농담같이 들리지 않았다. 얘들아, 현실에 다음 턴이라는건 없어. 한번 죽으면 끝이야. 저런 게임들이 난무하는 세상에, 전쟁이라는게 얼마나 무서운건지 그 애들은 알까.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게, 얼마나 끔찍한건지 한번이라도 생각해봤을까. 625시절 빨갱이는 다 잡아죽여야한다는 사상을 물려받은 아이들도 아니고, 총칼을 들어야 나와 가족들을 지킬 수 있는 시대의 아이들도 아닌데, 어떻게 저렇게 전쟁이나 죽인다는 개념을 쉽게 받아들이는건지.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사랑(이라고 말을 한 캐롤은 그래서 늘 납치를 당했지요), 뭐 이딴 뜬구름 잡는 세계평화주의자도 아니고, 살아있는 것은 벌레도 죽여서는 안된다는 지극한 불자도 아니지만, 적어도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사람 죽이는 게임에서 팔다리 하느작거리는 졸라맨이 눈에 엑스자 그려가며 엌 하고 쓰러지는 것도 아니고, 얼마나 리얼하고 잔인하게 묘사하는지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정말로 소름돋는다(난 심지어 메딕이 팔다리 분해되는것도 무섭던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피튀기며 총질하고 있는 사람도 제정신은 아니지. 


 그런 게임을 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별하지 못하는게 잘못된거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즐기면서 전쟁이나 생명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져갈 수도 있다는게 문제라는걸 좀 생각했으면 좋겠다.




 어린 아들이 전쟁을 좋아해서 박물관에 데려왔다는 아버님,어머님, 안에 전시된 사진들이 많잖아요?

 멋있게 생긴 장난감 총을 쥐어주는 것도 좋지만, 저런 무기들을 써서 사람을 이렇게 죽인거라는 것도 꼭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전쟁박물관의 궁극적인 목적은 전쟁은 이렇게 끔찍한거라는걸 알려주기 위한거지, 잘빠지고 성능좋은 무기들 구경하라는건 아니잖아요.

 

  

 


*모든 밀리터리 덕후들을 전쟁광 이나 사람죽이는 무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정의할 수 없다는건 알아요. 수십만명의 군인이 일사불란하게 도열해있다거나 수십대의 제트기들이 열을 지어 날아가는 모습, 거대한 함선 등은 저도 멋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제가 말하고 싶은건, 결국 그 최종적인 목표와 결과에 대해 경각심을 갖자는 거니까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여담이지만, 예전에 어떤 밀리터리 덕후를 만난적이 있는데, 무기에 대해 아주 빠삭하더라구요. 이건 뭐 독일제 이름이 뭐며 성능이 어떻구저떻구. 최신식 기관총인 이 모델은 1분에 사람을 몇명을 죽일 수 있는거라며 정말 성능 좋다고 칭찬을 하는데, 소름이 쫙. 1분에 사람 많이 죽이는게 성능 좋다고 감탄할일인가요. 수류탄에 리본달아봤자 수류탄이지. 그놈의 디자인타령은.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민간인.>









<이 안쪽은 고엽제 피해자들 사진 전시관이예요. 안이든 밖이든 눈물을 닦고 있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말도 할 수 없게 마음아픈곳.>








<치명적인 화학무기, 고엽제>






 전쟁박물관에는 전쟁 당시의 사진들과 피해자들의 사진 등을 전시해놓고 있었다. 보통 전쟁박물관이라고 하더라도 꽤 걸러진 사진들을 전시하는지라 그동안 봐왔던 사진들과 비슷하려니 생각했던 나에게 그 사진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줄만큼, 노골적이고 잔인했다. 한데 모아 산처럼 쌓아놓은 시신들, 피난가다가 폭격을 맞고 죽어 길거리에 널부러져 있는 시신들과 그 틈에서 발견한, 어린아이임이 분명한 벌거벗은 작은 몸뚱이. 옷을 들고가는줄 알았더니 폭탄을 맞아 머리와 자켓만 남아있는 시신을 수거하는 중이라나. 폭탄을 맞아 팔 다리가 떨어져나간 시신들의 사진은 특별한 축에도 끼지 못했다.


 고엽제 피해자들의 사진도 역시 적나라하기 그지 없어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이건 장애라고 말할 수준이 아니다. 화학무기라는게 이렇게 무서운거구나. 알파벳과 숫자 몇개로 조합된 화학기호가 의미하는게 이런거였구나. 다 같이 잘살자고 인류가 발전시킨 과학이, 눈부신 문명이라는게, 결국 인간을 이렇게 만들게 됐구나.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또 어디까지 잔인한 짓을 할 수 있는걸까. 사상이 무서웠다. 종교,이념,사상. 단순히 생각의 차이가 아니다.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서로가 옳다고 주장하며 죽여 없애는게 최후의 방책이 되버렸다. 누구의 종교든 어떤 이념이든 결국은 잘 살자는것인데, 내가 잘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희생되야 한다니. 내가 옳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틀려야 한다니.

 종교의 이름으로 사람을 죽이는건 종교가 생겨난 이래로 끊임이 없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예수가 그랬다는데,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은 원수보다도 못한건가. 알라의 이름으로 말도 안되는 짓들을 하고 있는 저 사람들은 알라가 원하는게 이슬람을 믿지 않는 사람들의 말살이었던가. 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역시 목적은 잘살자는건데, 추구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걸까. 결국은 종교와 이념을 빙자한 인간의 욕심일 뿐이다.



 그곳에는 전쟁의 잔인함뿐 아니라 남겨진 이의 슬픔까지도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전사한 한 군인의 유품에서 나온 사랑하는 이의 사진, 옆에 쓰러진 엄마나 누나의 옆에 앉아 울고있는 남자아이, 다 떨어진 옷에 맨발을 하고는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던, 어디를 응시하는지 모를 공허한 눈동자의 여자아이. 2백만 민간인들의 희생, 수백만명의 고엽제 희생자들과 바꿔 얻은 것은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만큼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강요해야하는 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감히 판단할 수가 없다.


 사진금지라는 표시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카메라를 들 수 없었다. 누군가의 목숨을 한번쯤은 앗아갔을게 분명한 무기들도 찍을 수 없었고, 군인들의 절박함이 그대로 묻어있는 녹슨 수통도 찍을 수 없었고, 처참하게 죽은 시신들과 넋놓고 우는 아이도 찍을 수 없었다. 이 참담함을 구경거리처럼 사진을 찍는게 예의가 아니라고도 생각했지만, 내가 카메라에 그것들을 담으면, 그 한과 슬픔이 망령처럼 나에게로 옮겨올까봐 더럭 겁이 났다.


 결국 외부에 있던 고문실과 감옥 등은 보지도 않고 나와버렸다. 더 봐서 뭣하겠나. 나름 고등동물이라는 인간이 그 머리로 할수 있는 제일 잔인한 짓밖에 더보겠어. 그 귀여운 해달을 모피 만들겠다고 그렇게 가죽껍질 홀랑 벗기고, 키우던 강아지 고속도로에서 창문밖으로 휙 던져버리고. 잔인한 인간들, 못된 인간들. 동물을 사랑하는 나라에는 전쟁이 없다더니, 동물한테 잔인한 인간은 결국 인간한테도 잔인해지는거지. 지구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생물이 인간들이라더니. 정말, 이 , 바퀴벌레만도 못한 짓들을 하고. 바퀴벌레도 남의 집 부엌 차지하겠다고 쳐들어가진 않는구만. 어떤 목적을 위해 쓸모없는 희생을 제일 많이 만들어내는걸 보면, 고등동물이 아니라 하등중의 하등이 따로없다.





 에이, 괜히 왔다. 괜히 왔어.






  



*한국군이 월남전에 참전했었다는건 알고 있었는데, 한국군이 나쁜짓을 하러간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월남전을 잘 모를때였지요. 그래도 역사상 남의 나라를 침략해본적이 없는 우리나라라고 나름 자부심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베트남이 공산주의국가가 되는걸 막기 위해 미국과 함께 베트남을 침략한 입장이었네요. 영화에서 본 월남전에서는 베트콩들이 참 잔인했었는데. 알고 보니 한국군들도 잔인하기는 남말할 처지가 아니었다나요. 한 사건을 두고 한쪽 입장에서만 보는게 참 이렇게 무서운거예요. 서로 잔인할 수밖에 없는 전쟁도 참 무섭구요.

 미국의 도움을 받아 반토막이라도 건진(?) 입장에서 발을 뺄 수는 없었을테니, 6.25 이후 얼마 지나지도 않아 또 파병을 보낸 우리나라 사정도 참 사정이지만.......참 이놈의 이념이라는게 뭔지. 한국과 수교를 하고 전시물에서 한국군과 관련된 것들은 다 없앴다고는 하지만, 이 희생자들의 일부는 한국군이 만들었을거라는 생각에 씁쓸했어요. 만약 미국이 좋은 조건으로 수교를 맺을테니 저 기록들을 없애달라고 하면, 결국 월남전에서 가해자는 사라지고 희생자들만 남게되는걸까요. 참, 슬픈 세상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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