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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토리
2015-09-25
[충청남도 걷기여행 3탄] 따발총 고신자 유구 할아버지의 구수한 입담!!
대한민국 > 충청도
2010-04-18~2010-04-18
자유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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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시스터즈

 


대자로 뻗어자다 9:00기상.

머리만 대충빗고 9:30분. 견우와 직녀모텔 현재의 위치를 파악한 뒤 밖으로 나와 논둑을 가로질러 걸었다.

어제 왔던 길이다보니 외암리 마을까지만 차를 타고 가서 거기서 부터 이어걸을 작정으로 버스정류장을 찾아 걷고있는데

권군이 논길 한쪽을 바라보더니 헉! 사슴 시체다.하고 말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마야! 하고 줄행랑을 쳤더니 껄껄~ 웃어대는 권군.

난 놀라죽겠는데 뭐가 우스운게야. 앙???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은 권군은 다람쥐 시체, 새의 사체. 이제는 웬 논 한가운데서

사슴의 사체까지 정말이지 잘도 보는거다.

"권군, 같은 길을 걷는데 왜 권군의 눈에만 그런게 잘도 보이는걸까?" 물었더니

"찐양은 보고싶은것만 보니까 그렇지."한다.

흠...이거 엄마한테서 꽤나 많이 듣던 말인데...쩝!! -..-+

권군은 허다하게 보는 시체대신 10원짜리 동전을 2번이나 주웠으니, 정말 내겐 보고 싶은것만 보이는걸까?

서부자동차 여행중에도 운전을 하며 몸체가 두 동강이난 사슴사체들을 수 없이 본 권군과는 달리 난 까막눈으로 여행을 했으니...

보호 본능 투철한 권군에겐 나에게 미리 경고해주기 위한 본능적인 시각안테나가 발달했나보다.

아무튼 내 눈에 안띠니 참 다행이긴한데 갑자기 시체들을 발견할까봐 걷는게 살짝 걱정이된다.

이제부터 땅 보지 말고 앞만 보고 걸어야지.

이왕이면 퍼런 배춧잎 한장 떨어져 있어도 좋겠고 말이다. 헤헤~



마트와 빵집에들려 아침으로 우유와 빵을 사고 외암리마을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눈에 보이는 설화산.

어제부터 설화산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고 뱅뱅도는 기분이 드니

그 옛날 들었던  산 속에 왔다가 귀신에게 홀려 산을 못 빠져나갔다던 옛이야기가 생각나기도한다.ㅋ

100번 버스를 타고 외암리 마을에 다시 들러 어제 못먹었던 할머니 식혜를 사먹고

600살이 넘은 느티나무 앞에 앉아 아까 산 빵과 우유로 아침을 먹었다.

모텔에서 얻은 과일로 후식까지 깔끔하게!!

나오는길에는 중학교 학생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음주운전하지 않기동의서 에 싸인을 해주고

외암리 민속마을 엽서 2개도 공짜로 얻었다.

이 엽서는 [오셔유~ 즐겨유!]를 캣츠 프라이즈로 관광 아산을 만들기 위한

아산의 홍보정책인듯했다. 아이들에겐 자원봉사를!! 시에선 공짜홍보를!! 우리같은 여행객은 공짜 기념엽서를!!

일석 삼조의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든다.^^


 

길위의 이야기

어랏! 길을 또 한참 돌아가야 하잖아!!

11:30분. 국도를 걷고 싶지 않아 외암리 마을앞을 흐르는 강당골 계곡을 따라 배낭을 메고 올라 걷다보니

외암리마을 주변에 저잣거리 공사가 한창이고 간간히 펜션과 농가마을이 눈에 띄였다.

그리고 길 왼쪽엔 시냇물이 졸졸, 오른쪽에는 산이 이어져 있는데 그 곳 산아래서 만난 장승 2쌍.

한쌍에는 아예 이름이 없고 한쌍에는 한나여장군이라고 씌여있었다.

마을의 편안과 모든 재액을 막기위해 세웠다고 전해지는 장승의 종류가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만 있는게 아니었구나.

깨끗할(백) 머리(두)를 쓴 백두대장군, 물이름(한) 불잡을(나)를 쓴 한나여장군.

이름하야 강당골이 계곡이 머리부터 깨끗하게 물이 마르지 말라고 만들어 놓은 장승인듯한데,

그 덕일까? 발 아래 흐르는 강당골 계곡물이 돌이 반짝반짝 비칠정도로 참 맑기만하다.


출발전 마트에서 구입했던 간식, 새우깡과 오징어집을 먹으면서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조용하던 길에 유독 눈에 띄는 음식점과 차량.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의 무리가 점차 많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 등산로가 발달되어있는 모양이다.

길이 산으로 이어진듯한 느낌에 광덕산 입구 안내간판을 보니 산길로 뺑돌아가야 할것 같은 야릇한 기분에

계곡앞의 작은 식당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계신 아저씨게 길을 여쭈었다.

"저, 아저씨... 송악저수지로 가는 가장 빠른길이 어디죠?"

"외암리 마을까지 나가서 국도를 타고 내려가야해요."

엥? 이런이런... 다시 돌아가야하잖아.ㅠ.ㅜ

같은 길을 걸을 수 없다는 생각에 왔던 길의 입구까지만  히치하이킹을 해야겠다고 권군에게 말하고 있던 찬라!

어디선가  흰색차량이 나타났다.

"빨리 타요.입구까지 태워줄테니까."

차를 태워주신 분은 아까 길을 물어보았던 음식점 아저씨인데 무뚝뚝한 듯 자상함이 흘러나오는 전형적인 시골아저씨다.

마을에서 중학교동창 체육대회가 있어서 가는 중이시란다.

"감사합니다. 이리로 가면 길이 있을줄 알고 들어왔는데. 너무 돌아가야 하더라구요"

그러자 아저씨 왈, "여긴 1년 밖에 안된 도로예요."


또 한참을 가다가 마을쪽의 도로를 보고 저 길은 어디로 연결되는지 물었더니

"저쪽은 구 도로고 39번 국도는 생긴지 7년인가? 8년인가 됐어요.맨날 생기고 없어지는게 길이니 원..."

외암리마을 주변에 관광용 저잣거리가 지어지는 모습에도 저젓거리...뭐....원.....여기사는 사람들은 뭐 별로..."

아저씨의 시원찮은 목소리를 듣고보니 산 속으로 아스팔트가 펑펑 뚫리고 구 도로보다 빠른 신 도로가 뚫린 탓에

구도로 옆 마을 상점들이나 식당들은 오며가며 지나던 손님을 더이상 받을 수 없어 생계에 지장이 생길테고,

민속 저잣거리라고 생기는 곳들은 이윤을 찾는 외지사람들이 주인공인 장터가 될터이니

길이든 새로생기는 여행상품이든... 토박이 마을 사람들이 그리 반기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저씨는 우리를 동창회겸 운동회가 열리는 자신의 모교학교앞에 내려주시고

학교안으로 들어가는 아저씨께 손을 흔들어 보인 후 다시 걷기시작했다.

어제에 이은 2번째 히치하이킹을 하고 나니 부탁도 안했는데 적제적소에서 나타나는 도우미들덕에

다행히도 중복된 길을 걷지 않고 있다. 참 이게 웬 복인가 싶다.

그런데 한편으론 안그러기로 해놓고... 도로로 걷기 싫다고 자꾸 모험아닌 모험을 시도하다 시간이 지체되고있다는 생각이든다.

저녁에 비오기전에 아산을 종단 하려면 이제부터 정말정말 아산끝까지 39번 국도로 걸어야만하는데...

"권군 이제 정말 길로만 다니자구!!" 


길을 걸으며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던 것 중에 하나는

97년도 현수막이 아직도 걸려있는 산. 사람들이 떠난 도로가 옆의 집들이 폐허가 된 채 그대로 남아있는

으시시한 마을 풍경들이었는데 길을 닦기 전에 환경 정비부터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또 운전자들이 달리면서 차창밖으로 던진 담배꽁초들이 무덤을 만들 지경인 곳도 있었으니...

"쯧쯧, 우리라도 차타고 지나가다 창밖으로 쓰레기 버리지 말자." 하시는 권군.

또 가는 길에 무시무시한 장군과 나한들의 돌상과 여러 비석들이 눈에 띄는 사찰 입구나 교회들은 어찌나 많은지...

"좋은 건물은 죄다 교회이고, 교회가 부동산이야? 좋은 위치를 선점한것도 다 교회네."하는 권군 말을 듣고

걸어 온 길을 돌이켜보니 정말 우리나라에 무덤 만큼이나 절과 교회가 많다는 생각이든다.

 1:30분. 고개를 하나 넘어 한참을 걸었더니 배가 고프다.

외암리 마을 이후 처음 만난 음식점. 반가운 마음으로 송약저수지 옆 휴계소의 기사식당안으로 들어가

오징어 볶음에 공기밥 하나를 주문했는데 그렇게는 주문이 안된단다.

"그럼 오징어볶음 하나에 된장찌개 하나 주세요."

아주머니는 잠시 망설이시더니 그것도 좀...이라는 표정으로 궁시렁궁시렁 음식을 준비하시는데 그 모습에

아니 그럼 된장찌개 둘이요!! 하다가 기분이 나빠지는 통에 주문을 취소하고 나와버렸다.

왜 꼭 같은 음식을 2개 시켜야 하는건데? 그건 식당아줌마 편하자고 하는거 아냐?

혼자와서 먹는 사람은 그럼 어떻게???

배가 고파도 이런 곳에서는 내돈주고 절대 밥을 먹을 수 없다.



한학년에 한반씩... 이름이 이뻤던 시골거산초등학교


오후 2:00. 고개를 넘고 마을을 지나 점심먹을 곳을 찾던중에 만난 산아래 작은학교 거산초등학교를 만났다.

잠시 엉덩이도 붙일겸해서 놀이터 작은 미끄럼틀에 앉아 학교를 둘러보는데,

창문으로 학급의 이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유치원 하늘마을, 1학년 새싹마을, 2학년 햇살마을, 3학년 꽃잎마을

4학년 강마을, 5학년 산마을, 6학년 땅마을... 한 학년에 반이 한 개인가? 이름이 참 이쁘기도하지...^^

내 키보다 조금 높을까? 작은 미끄럼틀에 앉아 있으니 정면으로 보이는 1층 건물엔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 더불어 사는 우리!!]라는 글귀가 씌여져있다.

국.영.수가 아니더라도 이 2가지만 평생 잘 지키면서 살아도 어딘가!! 싶은 생각이든다.

참... 필요한건 어릴때 다 배웠는데 말이지...실천이 안돼서 문제다.^^;;

 
작은 농구대에 손이 닿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지 권군이 덩크슛을 시도하고 학교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말한다.

"찐양, 우리 시골초등학교 선생님 할까?"

"좋지~ 근데 우리 둘 다 초등학교 교사 자격이 안된다. 이제 교대를 갈 수도 없는노릇!!

평화로워 보이기는 하지만 살짝... 지루할 것 같기도하고...

우리 애들이나 잘 키우자고!!ㅋㅋ"


그렇게 거산초등학교를 나와 아까 먹지못한 점심때문에 주변에서 500m 만 좀 더 가면 나온다던 오픈한지 몇일 안 된 송악골 등뼈 감자탕집에 들러

점심으로 등뼈해장국을 먹었는데 뒷 테이블의 할아버지 아주 가관이시다.

서빙하는 아가씨와 실랑이가 벌어진 모양인데 젊은 여자분께 욕을 하고 말을 막하질 않나.

다른 손님 생각안하고 혼자 전세낸 냥 떠들어대는 꼬락서니(?)라니...

막말은 기본이요 정말 기분나쁘게 욕을 달고사는 상종못할 노친네다.

다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주인아주머니는 "밥 먹는데 편해야하는데. 죄송해요." 한다.

"그런 분들도 있는거죠."하며 식당을 나서는데 커피와 아이스크림 드시고 가세요.

"난 초코! 초코!"를 외쳤더니 4층 탑으로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퍼주시는 권군.

신나서 한입을 베어물었는데 그만 4층탑이 와르를.... 땅바닥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힝~~ 아깝다...욕심내지 말라는 하늘의 경고야. 그치? ^^;;


 

3:30분. 점심을 두둑히 먹고 39번 국도 길을 걷다가 살짝 농가마을로 빠져 걸으니 사람의 손길이 한창 닿지 않았던지

둑에는 쑥들이 그야말로 "쑥대밭"이고 냇물 한켠에는 "갈대밭"이 한창이다.

이런 길을 걷고 있으니 길을 좀 해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먼지 풀풀 날리고 자동차소리 시끄러운 도로가는 정말이지 걷기싫다.

"국도를 따라 옆쪽으로 자전거길, 걷기길이 나있으면 좋겠다. 산길로 가자니 길이 턱턱! 막히고

도로로만 가자니 시끄러워 죽겠고... 정말 우리나라는 자전거나 걷기여행자들에겐 별로인듯한 도로 사정이야!!"

전국적으로 국도옆에 걷기와 자전거를 타고 여행할 수 있는 걷기길도 함께 생겼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배낭여행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에게도 분명 인기만점인 나라가 될거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니 눈에 띄는 반가운 간판!!

 "여기서 부터는 공주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아산시."

오호~!! 공주시와 아산의 분기점이 나타났다. 오늘의 종착지를 발견했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권군과 나는 본능적으로 얏호!!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 맛에 여행을 가고 걷는건가봐."라는 권군말에 아~~ 뿌듯함이 밀려온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게 시간도 아주 기가막히게 딱! 딱! 딱! ^^



 


길위의 이야기 ...  따발총 고신자 유구할아버지의 구수한 입담!!

아산과 공주의 분기점에 도착했을 무렵 기념사진을 한방 멋지게 찍고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나게 되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마침 봉수산에서 산행을 하고 내려오셨다는 할아버지는 평생을 유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구 토박이.

얼큰한 취기에 친구분이 주신 버섯 한봉지를 달랑달랑 들고 계시던 할아버지는 택시를 기다리신다는데

우리가 온양온천부터 걸어왔다며 걷기여행중이라고 하니 연거푸 "대단하네. 대단해."하시며 

걷기여행과 산행에 있어 중요한 3가지를 말씀해주신다.

"첫째, 어두워 지기전에 내려올것. 산에서 어두워지면 죽는거여~~~!!

둘째, 혼자가지 말것, 혼자가다 길 잃으면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몰러. 핸드폰이 꺼져있으면 위치추적도 안되니께

꼭 중간중간에 자기가 있는 위치를 가족들에게 말해줘야 하는겨~!!

셋째, 신발을 편한걸 신을것, 발사이즈보다 조금 큰걸 신고 안에 스펀지 밑창을 하나 까는것이 좋고

양말을 두 켤레 겹으로 신고 발바닥에 비눗물을 발라주면 아주 좋아!!!" 하신다.

"또 봉수산이 걸을만큼 산길이 잘돼 있나요?" 라고 묻자

이곳 토박이 답게 "아주 끝장나... 길이 얼마나 잘돼있고 멋있다고...."하시는 할아버지.

내게 국사봉이나 북한산 같은 존재가 아마 할아버지께는 봉수산 이겠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정겹게 느껴진다.


할아버지는 공주방향으로 가야한다며 택시를 불러놓았으니 도착할때까지 우리와 발길을 함께 하시겠다고한다.

그리곤 함께 걷는길 내내 한시를 주구장창 쏟아내신다.

"그게 어디에 나오는 거예요?"하고 물으니 즉흥 자작시란다.

우와....우리가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자

"아무거나 운을 띄워봐. 다 즉흥 자작시가 가능하다니까?"

하야, 권군이 "길"이라는 운을 띄우자

"길아 뭐 좀 물어보자......"

"꽃"이라는 운을 띄우자

"꽃아 너는 왜 말이 없느냐......................"

입이 떡 벌어져서 따발총 할아버지가 쏟아내는 명품 문구의 말씀을 듣고있자니

다음번 여행때는 꼭 녹음기 하나를 들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 유쾌한 할아버지다.

"할아버지!! 좀 천천히 말씀해 주시라구요!!"


유구토박이신 할아버지는 지나가는 버스기사분들과도 손인사를 하시고

도착한 택시에 "버스정류장까지 태워줄랑께.함께 타고가."하신다.

함께 택시에 타서도 연신 서책에 나온다는 내용을 읊어대시는데 택시아저씨는 익히 이 유명한 할아버지를 알고 계시는 모양인지

맞장구를 치신다. 할아버지 댁이 있는 유구에 도착.

할아버지는 우리와의 만남이 아쉬우셨던지 "내려서 우리집에서 차 한잔 하고 가시던가." 하신다.

어른의 호의를 무시할 수야 있나!! 냉큼 할아버지댁안으로 들어서니 "안녕하세요. 등산하다가 만난분들이세요? "하시는 따님을 뵈니

이거이거 할아버지가 객들을 데려오는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게 분명하다.

한약냄새가 가득한 집에는 달마도 그림,

김영삼 전 대통령과 찍은 할아버지의 젊은시절 사진과 함께 따님과 단 둘이 찍은 사진도 걸려있고

아버님이 물려주셨다는 조선시대것으로 보이는 천문도, 소를 타고 피리를 부는 두 소년의 그림이 걸려있는데

왜그리 서책을 줄줄 읇어대시고 한시는 물론이고 논어, 맹자, 공자를 많이 아시나 싶었는데 할아버지는 한약방을 운영하고 계셨다.

통통하게 잘 자란 파들이 군상을 이루는 텃밭이 한 눈에 들어오는 방에 앉아 할아버지의 따님이 내온 따듯한 녹차 한잔을 마시며

따발총 할아버지의 이야기 삼매경으로 다시한번 고고!!

신선, 불가, 공자, 맹자에 관심이 많으신 할아버지는 손수 종이에 한자를 적어 그 뜻을 읇어가며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셨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소인은 바깥것에서 모든걸 찾고 대인은 자신 안에서 모든걸 찾으니... 모든것은 내 안에 있고

타인을 이해하고 어떤일에도 부화뇌동하지 않는 마음가짐. 중용이 중요한 것이지."하시는 말씀이었다.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는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대목에서 궁금증이 발동해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것이 자기가 A라는 활동적 성향의 사람이라면

 A처럼, B라는 성향의 사람이라면 B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물었고

권군이 그럼, 방관하는 것과 부동심, 호연지기의 초월한 성인과는 뭐가 다른거죠?" 했더니 뭐라고 답을 해주셨었는데

아...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노무 머리.진정 녹음기가 필요한게야..ㅠ.ㅜ


돌아오는길, 아직 궁금증이 가시지 않은 권군에게 "산 속에 들어가서 속세를 떠나 사는 것이 어떤의미에서 방관이라면

예수나 공자, 부처처럼 자신이 얻은 깨달음을 사람들과 나눈 사람을 성인이라 할 수 있는게 아닐까?라고

나름의 생각을 말했는데 그게 맞는건진 모르겠다.^^;


할아버지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스갯소리였지만 갑작스런 비행기 사고로 죽은 폴란드대통령의 이야기나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지난 삶을 들려주던 소설[살아가는 것]에서 복귀노인이 마지막에 말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내 한평생을 돌이켜보면 정말 순식간에 지나버렸어. 정말 평범하게 아무 욕심도 없이 살아왔지.

......나는 그러한 삶이 오히려 그런대로 괜찮았다고 여긴다네.

내 주변 사람들을 보게나. 용이와 춘생, 그들은 한바탕 위세를 떨치기는 했지만

제 명에 못 죽었지 않은가 말일세. "

일흔은 족히 넘어보이는 할아버지껜 내가 살아보지 못하고 느껴보지 못한 그 무엇들이 또 얼마나 많으실까?

물론 사람이 다 같을 수 없다고 점심에 등뼈감자탕집에서 만난 안하무인 욕쟁이 할아버지처럼

눈꼽만한 존경심은 고사하고 짜증 제대로인 노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 보따리를 가득 싣은 할아버지들을 만날때마다 소설속의 주인공들이 직접 내 삶속으로 들어오는 묘한 느낌!!

따발총 할아버지, 고신자 할아버지, 유구 토박이 할아버지... 약방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생각나게하는 넘쳐나는 이름 만큼이나

지어드리고픈 별명이 많으신 할아버지다.

그리고 변함없이 산좋고 물좋은 유구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70이 넘었을때

나의 고향 고양시, 화정동에 대해 손주녀석들이 물어올때

"젊은시절 저 능선을 타고 산 넘어 장터에 가서 물건을 팔곤했지."라던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내가 국사봉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다 먹은지 언 50년이야.

이 동네 뒷산은 물 맑기로도 둘째가라면 서러운데다가 몇 십년, 몇 백년째 그대로라구.허허~" 라고

말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찐양, 다음에 유구부터 걷기시작할때 할아버지댁에 꼭 방문해서 맛난거라도 사드리자."

"응, 그리고 우리도 나이가 들어서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들려줄 수 잇는 멋쟁이 노인이 돼자구!!"

길위에서 만난 여행자를 집으로 초대해 차 한잔 내어주시는 아량.

권군과 나도 그런 노인이 되고싶다

다음엔 맛난 눈깔사탕이라도 꼭 사가지고 가야지.

덕분에 팔랑귀(?)인 제가 대인과 소인에 관한 좋은 가르침을 얻고 갑니다. 고마워요."



 5:15분. 할아버지댁을 나와 다리건너 슈퍼 앞에서 온양온천행 100번 버스를 탔다.

아산을 빠져나와 유구부터는 시외라 그런지 버스비가 한 명당 3000원이다. 에구...비싸라.

여행내내 화장실을 한 번도 가지 못했던 나는 긴장이 풀린걸까 온양온천으로 오자마자

신나게 화장실을 갔다가 은행에 들러 현금을 3만원 뽑은뒤에

온양전통시장에 들러 김연아가 나오는  Festa on Ice 를 시청하며 시장표 떡볶이와 튀김으로 저녁을 먹고

나오는길에는 권군이 귀여운 시장표 원피스를 하나 사주었다. (내꺼만 샀다. 생각해보니 미안하네.ㅋ)

7:30분. 지하철 1호선을 타고 10:10분. 종로 3가에 도착. 


천안-수원이 한 시간 거리, 수원 -신도림이 50분이나 걸렸다.

고속버스대신 지하철을 타고 왔더니 참 오래도 걸리는구나.

지하철에서 오랫동안 자느라 체온이 떨어졌는지 몸이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진다.

화장실에 가서 반바지위에 긴바지를 하나 겹쳐 입고 3호선을 타고 집으로 고고~~

그렇게 여행을 마무리하고 우리의 보금자리에 도착했다.

역시. 집이 최고야!! ^^ 


 


도로가를 싫어하는 바람에 막다른 길을 만나고  가시밭길을 헤치며 장애물을 넘어서 간적도 있었지만

그 길에서 만나는 무수한 이야기들과 떠오르는 생각들. 길 위의 사람들, 또 짝궁과의 대화...

돌아오기 위해 버스를 탔을때 엥? 버스를 타면 정말 빨리오잖아...싶어 허무한 마음도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걸어서 갔던 길을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보지 않고도 지도를 그릴 수 있을만큼, 그 지역에 사는 사람보다 더 그 동네 지리에 능통해진것 같고

다시 온다면 절대 헤매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역시 온 몸으로 체득한 경험들은 그 내공의 힘을 무시 못하는 것일테니

서두르지 말고, 조금씩... 과정을 즐기는 법을 배우자!!

내가 걸어보지 않은 우리 나라, 우리 땅... 참 많기도하다.

"권군!! 다음번엔 공주부터 연결해서 또 걸어보자구!!"


 



날 짜 4월 18일


날 씨 하루종일 흐리다가 4시 30분경이 되면서부터 빗방울이 떨어짐

여 정 견우와직녀모텔 -> 외암리민속마을 -> 강낭골계곡 -> 거산초등학교 -> 39번국도를따라 아산종단 ->유구할아버지댁

경 비 우유 1,300원 / 빵 2,900원 / 식혜 1,000원 / 과자 1,500원 / 등뼈해장국 10,000원

         초컬릿 1,000원 / 400변버스 6,000원 / 옷 7,000원 / 온양전통시장분식 4,000원


 


 


 


 


 On the Road... Photo Diary


 


"찐양, 우리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할까? "

작. 은. 시. 골. 학. 교

작. 은. 농. 구. 골. 대

우리 인생도

덩. 크. 슛~!!!

 

 


 권군도 덩크슛이 가능했던 작은농구대 만큼이나 작은 거산초등학교

유치원 하늘마을, 1학년 새싹마을, 2학년 햇살마을, 3학년 꽃잎마을

4학년 강마을, 5학년 산마을, 6학년 땅마을...

한 학년에 학급이 하나인데 이름도 참 이쁘네요.^^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만 있는게 아니었구나.


강당골 계곡을 따라 올라가던 중에 산속에서 만난 장승

깨끗할(백) 머리(두)를 쓴 백두대장군, 물이름(한) 불잡을(나)를 쓴 한나여장군.

이름의 뜻을 훝어보니 강당골이 계곡이 머리부터 깨끗하게

물이 마르지 말라고 만들어 놓은 장승같았어요.


 

또 시골 거산초등학교에서만난 거산대장군, 거산 여장군.

현대적이면서도 해학적인 장승의 얼굴도 귀엽고

무엇보다 한글로 써있어 읽기도 쉽군요.^^ 



 



 

 금강산도 식후경

그렇게 걸어도 살이 전혀 빠지지 않았던 이유, 바로 요 간식! 간식! 간식!!

새우깡과 오징어집을 먹어야 힘이난다구요!! ^^;;


 


 

 



아이구 다리야!! 아이구 배고파!!

가뭄에 콩나듯 식당을 만나는 시골마을. 불친절 아주머니덕에 배를 곯고 걷고있었지요.

걷다 지치고 배고픈 영혼 다 버스정류장으로 오라!! ㅎㅎ


 








 주변에 사람이라곤 눈을 씻어도 찾을 수 없었던

아산의 끝지점을 통과할때, 또 하필이면 비가 쏟아지기 바로 전에

구두를 신고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할아버지를 만나다니...

할아버지 정말 고신자(엣날 신령의 아들) 맞으신가봐요~ ^^*



"길!"


"길아, 뭐 좀 물어보자....."


"꽃"


"꽃아 너는 왜 말이 없느냐..."


할아버지의 입담은 끝이 없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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